나라 없는 사람

🔖 지금 지구는 엉망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항상 엉망이었다. ‘행복했던 시절’ 따윈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지난 시절만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손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날 쳐다보지 마라. 그냥 이렇게 됐구나.”

늙은 바보들은 우리가 어떻게든 대공황이나 2차 대전이나 베트남 전쟁 같이 흔히 말하는 유명한 재난을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자살까지는 아니어도 파괴를 유도하는 이런 그릇된 믿음은 소설가들 때문에 생겨났다. 수많은 소설에서 끔찍한 불행을 겪은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나는 이제 여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남자가 되었다. 끝.”

2차 대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댄 삼촌은 내 등을 철썩 치면서 “이젠 어른이 다 됐구나” 라고 말했다. 순간 삼촌을 죽이고 싶었다.